스물 다섯 번째 겨울 일상 #2017 일상




한겨울이 찾아왔다.

그동안은 가을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겨울만 되면 늘 쓸쓸했는데 올 해는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다.
몸서리쳐질 만큼 차갑고 시린 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지고, 집밖에 나설 때마다 날씨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아주 개운하다.
이제 겨울 마저 좋아하게 된 건가. 
아무튼 그렇다. 

덕분에 기분 좋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바쁘고 힘들지만 나중엔 이 시간도 그리워지겠지. 
감사한 나날들이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여행



비행기는 딱 제 시간에 출발했다.
기타큐슈 공항은 규모가 무척 작아서 노선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연착될 이유도 없을 듯 했다. 오후 6시반, 바다 넘어 보이는 산머리에 지는 해가 비치는 풍경을 뒤로 한 채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은 맑았다. 구름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더 이상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건너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싶어 내려다본 아래에는 다시 육지가 보였다. 시간을 보니 곧 착륙시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렇다면 여긴 우리나라겠구나 싶어 더 자세히 내려다보았다. 그래, 아파트가 저렇게 많지. 정말 다닥다닥 붙어있다. 밤하늘 위에서 보이는 대한민국의 야경은 예뻤다. 여긴 서울일까 아님 벌써 인천인걸까 하는 사이에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그럼 인천이겠구나. 동생은 본인 학교 송도캠퍼스가 저기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저렇게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니 몰랐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리가 정말 길어 보였고 약간 구불구불한 모양이 위태로워보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왜 세계의 갑부들이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겠단 생각. 정말 얼마나 편리한 교통수단이람. 위에서 바라보면 바다를 건너고 있는 배들도 다 정지해 있는 듯 보였다. 자동차는 더더욱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웠고. 기어가는 것 처럼 보였다. 집에서 학교까지 비행기로 얼마나 걸릴까 십분쯤 걸릴까? 나같아도 내가 제벌이라면 개인 비행기 하나 사겠다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동생에게 슬쩍 얘기했더니 우리나라에선 비행기를 타고 나니기 어려우니 헬기가 낫겠다고 했다. 그렇지 비행기는 어렵지. 근데 내가 비행기가 있으면 국내에서 돌아다니겠어? 여기저기 여행하느라 국내엔 잘 안 들어올걸? 아무튼 그런 허황된 꿈을 한 번 꿔봤다. 재밌잖아 이런 상상도.

그렇게 혼자 실실거리는 동안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육지에 내려온 채로 본부동까지 기어?갔다.(비행기가 날지 않고 가는 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성격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새 안전밸트를 풀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고. 우린 캐리어를 모두 수하물로 보낸 상태에서 재빠르게 내리기가 더 수월했다. 안절밸트를 풀어도 된다는 안내가 나오자 마자 약속한듯이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복도엔 금새 긴 줄이 생겼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5분쯤 서서 더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고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심 공항에 아빠엄마가 와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우리가 애도 아니고 집으로 가는 길이 복잡한 것도 아니었고 고작 2박3일 여행이니까 부모님이 공항에 마중을 나올 정도로 그렇게 급하게 우릴 보고 싶은 상태는 아니겠지. 그럼에도 짐을 찾아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서로 보지 못하고 엇갈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와이파이 에그를 반납하고 편의점에서 김밥 하나를 샀다. 집 방향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좋은 타이밍으로 알맞게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까 하늘 위에서 본 다리는 버스로 가자 정말 길고 멀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의 기록 #여행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눈을 떠보니 6시 무렵이었다. 아주 개운하게 푹 잔 것 같진 않았는데 다시 잠이 오지도 않아서 그냥 일어나 이틀동안 찍은 사진을 휴대폰 앨범에서 하나하나 정리했다.
겨우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간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침대 발치에 있는 창문으로 밤하늘에 번개가 번쩍번쩍 내리치는 것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날이 많이 흐르진 않았다. 해도 구름 사이로 비칠락말락한 정도였다.

머리를 감고 나와서 냉장고에 넣어둔 먹을거리를 꺼냈다.
야식으로 먹은 음식들이 좀 염도가 강했었는지 목이 말랐다. 물부터 몇 모금 들이켜고 연두부를 뜯었다.
부드럽고 진했다. 동봉된 간장소스도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이렇게나 맛있는 연두부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매일 아침으로 먹을텐데. 몸에도 좋고. 일본 사람들이 진짜 부러웠다.
어제 먹다 남은 맛살 팩 반쪽도 꺼내 먹고(두 조각 중 하나는 또 남겨서 동생을 주었다), 우유 팩과 요거트까지 알뜰하게 꺼내먹었다. 요거트인줄 알고 산 것이 한 잎 떠먹어보니 푸딩이어서 좀 놀랐지만.. 몇 숟갈 퍼먹고 반 넘게 남겼다ㅠㅠ
(단우유맛 푸딩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많이 느끼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었다ㅠㅠ)
우유팩은 두유인가 싶은 정도로 진했다. 뒷맛이 살짝 달착지근해서 신기했다. 근데 이것도 조금 느끼해서 아쉬웠음.

오늘 일정은 별 게 없었다. 챠챠타운에 가서 돌아다니다가 4시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타는 것. 귀국비행기는 6시반 출발이었다. 챠챠타운은 그냥 쇼핑센터정도라는 것만 알았다. 각종 매장과 푸드코트가 있고 건물 위에 관람차도 있는 일본스러운 종합쇼핑상가. 사고싶었던 쇼핑리스트는 이제 거의 다 사서 챠챠타운에 가서 반드시 사야 할 물품이 따로 있눈 것은 아니었다. 그냥 구경정도?
거기서 몇시간이나 둘러볼 게 있으려나 조금은 걱정이 되었는데 상황을 보고 다른 곳으로 가도 시간여유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8시쯤 동생이 일어났고 둘 다 캐리어에 그동안 사모은 짐과 펼쳐놓은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넣어 여몄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나온 시간은 아침 9시반 무렵. 어제 모지코항에서 호텔까지 오면서 내렸던 버스정류장에서 그 방향 그대로 차차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챠챠타운 건물에 캐리어를 맡겨둘 수 있는 코인락커가 있는지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근데 캐리어가 들어갈 크기의 락커가 없었다..다 너무 작고 큰크기 락커들은 이용을 막아놓은 듯 했다.(이때부터가 오늘 락커찾아삼만리의 시작이었거늘.. 우린 알지 못했지ㅠㅠ) 동생이 그냥 이대로 끌고 다니자고 해서 카트에 캐리어를 싣고 조금 더 편하게 끌고 다녔다. 큰 마트 크기의 다이소를 구경하다가 동생에게 잘 어울리는 모자와 허리밸트를 득템하고, 잡지CD 매장도 구경했다. 그리고 또 들어가 구경한 어떤 매장에서(이름이 기억나지 않아ㅠㅠ) 어제 거의 10군데 정도의 드럭스토어에서 찾을 수 없었던 필링젤을 발견했다. 고쿠라 상점들에는 입점이 되지 않았나보다 하고 반 포기상태였는데 기대하지도 않던 곳에서 찾다니.. 진짜 기뻤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미리 봐두었던 오므라이스 가게에 들어가 기본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소스는 단맛이 강한 편이었는데 맛있었지만 다소 느끼해서 나는 다 먹지 못하고 일부를 남겼다. 밥알이 탱글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맛있었다. 동생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본 밥맛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챠챠타운에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우리의 지극의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쇼핑보다는 여행이 하고 싶어서 온 곳이니만큼 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고쿠라역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할지 정하기로 하고 우선 버스로 두 정거장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버스비를 아끼려고 ㅎㅎ)
이제 이곳에도 가을이 오려는 것인지 어제와는 햇볕의 느낌이 달랐다. 바람도 시원시원하게 불어서 걸어가는 것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시간에 쫒기는 상황도 아니어서 나름 여유롭게 걸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편의점을 자주 들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로손에는 한 번도 안들어가고 세븐일레븐은 환전하러 한 번, 패밀리마트에도 안 갔다. 편의점 장보기 대신 마트 장을 봐서 그랬던 거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편의점이 보일 때마다 들어가봤다. 나는 마지막으로 모찌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는데 마주치는 편의점마다 그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결국 먹지 못했다ㅠㅠ

처음 들른 로손편의점에서 나는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동생은 밀크티를 골랐다. 소다맛 아이스크림은 우리나라의 뽕따맛과 비슷했는데 쭈쭈바 형태가 아니라 바 모양이었고 겉과 안의 식감이 달라서 깨먹는 맛이 있었다. 좀 더 진한 향의 소다맛이었는데 이 맛에 대해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대체 소다맛이란 무슨 맛인 걸까 궁금해했다.

고쿠라역에 다다르자 걷는 동안 몸이 데워져서 더웠다. 세번째로 마주한 역은 이제 더 이상 낮설게 느껴지지 않고 방향도 한 눈에 찾을 수 있었다. 나도 길찾는 감각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벌써 이 곳에 익숙해진 듯 했다. 막 적응하고 나니 떠나는 날이라는 게 아쉬웠다. 하루만 더 있어도 더 많이 다닐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역에 도착해서는 우선 캐리어를 맡길 수 있는 코인락커를 찾았다. 안내판에 보이는 대로 락커의 위치를 찾아 네 군데가 넘게 여기저기 다녔는데 문제는 비어있는 락커가 없었다!
다른 곳을 찾을 때마다 이쪽엔 빈 자리가 있을까 걱정이 되고.. 다리는 아파오고 날은 덥고.. 계속 새로운 락커 위치를 찾느라 둘 다 좀 예민해져 있었다. 그러다 결국엔 좀 구석진 자리에 있는 비어있는 락커를 찾았고!!
다행히 락커가격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게 동전이 남아있어 겨우 짐을 넣어둘 수 있었다. 무사히 짐을 맡기자 30여분가량 힘들게 헤맸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제 어디든 다시 걸어다닐 수 있을법한 기분이 들었다.(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게 나한텐 여간 스트레스가 됐던 것 같다. 내 캐리어는 바퀴가 부드러운 편도 아니어서 방향도 내가 원하는 만큼 잡지 못하고 덜덜거리는 걸 계속 신경쓰는 게 힘들었다ㅠㅠ) 동생도 기분이 나아진 것 처럼 보였다.

당장 어디로 갈까 하다가 우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씩 대충 훑으며 구경했다. 내가 사고 찾고 싶은 쇼핑리스트 하나가 남아 있었는데 이게 어디서 파는 건 지 알 길이 없어 그냥 운 좋게 발견하면 사야지 했던 게 있었다. 자전거우비. 비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끔 입을 수 있는 우비였다. (누군가가 챠챠타운에서 판다고 했었는데 아침에 둘러보았을 땐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프랑프랑 매장 안에서 이 우비를 찾았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가격은 심지어 50% 세일 중이었다! 세상에나!! 와 이제 내가 사고 싶었던 건 다 찾았어! 가격은 내 몫의 남은 돈을 다 털어쓰면 깔끔하게 딱 맞출 수 있는 2천5백엔대였다. 이제 더 이상 찾아다녀할 할 무언가가 없어지자 마음이 엄청 편해지더라. 동생은 말차가루를 사고 싶어했는데 백화점매장에서 찾아봤지만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말차를 살 수 있는 곳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동생은 자신있게 어제 못 다 둘러본 아케이드 쪽으로 가보자고 했고 우린 역에서 나와 거리로 향했다.

아케이드는 이쪽 저쪽이 연결되어 있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어제 지나쳤던 쪽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마냥 계속 걷기만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때 쯤, 동생이 잠깐 자기가 사고 싶은 말차를 파는 곳이 없는지 찾아보겠다고 했고 십여분 정도 거리의 벤치에 앉아서 폰으로 검색을 했다. 난 지나치는 사람들을 구경했고. 결국 한 찻집을 찾아서 거기까지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기엔 조금 애매하기도 하고 여유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기도 걸어가보자고 했다. 가는 길에 탄가시장도 지나칠 수 있어서 마냥 심심하지 않고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삼십분 가량 열심히 걸어서 찻집에 도착했다.

어찌보면 평범한 거리들을 지나 평범한 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가게였는데 그 평범한 마저도 외국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켜생각하니 새롭고 즐겁고 특별했다. 작년 일본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되돌아간 이후에 나는 여행후유증을 조금 앓았다. 자꾸만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 평범한 일상을 또 하나의 어떤 여행으로 상상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늘 타던 지하철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타고 차창 밖의 풍경을 여행객의 마음으로 감상하고 그러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도의 결과가 내가 바랬던 것 만큼 나의 여행후유증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시도를 할 만큼이나 다시 여행이 가고 싶었던 나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내 그런 마음을 잊고 지냈고 기대하지도 않던 차에 다시 여행을 하게 되다니. 행복했다.

동생은 찻집 안에서 구입할 차를 고르며 행복해했고 나는 정갈하게 꾸며진 그 공간을 두 눈으로 찬찬히 여유롭게 구경했다. 만약 다음에 또 기타큐슈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 다시 한 번 들러서 차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왔던 걸로 돌아 나와 고쿠라역 방향으로 되돌아갔다.이제 몇 시간 후면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애틋해졌다. 언제 다시 오려나. 다음에도 이렇게 예측하지 못한 때에 갑작스럽게 오게 될지 아니면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해서 오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아침을 먹고 나서 내내 걷기만 해서 이제 슬슬 배가 고팠다. 우린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라면 한 번 먹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아쉽다는 것에 둘 다 동의해서 이치란 라면집으로 향했다. 자판기로 주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소스비율을 적어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라면을 받았다. 나는 맵기 정도를 가장 맵게(1-10까지였는데 10으로 주문했다^^) 해서 나름 얼마나 매울지 기대했는데 양념 자체가 다르다보니 그렇게 맵지는 않게 느껴졌다. 향이 살짝 매콤한 느낌. 다음 번에 또 온다면 기름기를 아예 없이 더 담백하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주문한 반숙계란은 우리나라 편의점에 감동란 맛이 났다.

배가 금방 꺼질 걸 대비해서 공항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가기로 하고 고쿠라역 백화정으로 돌아왔다. 지하 식품관에서 동생이 그동안 찾던 말차과자와 말차초콜릿이 있는지 샅샅이 뒤졌지만 아쉽게도 찾지 못했다ㅠㅠ
백화점 식품점 풍경은 사실 우리나라와 별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 안에 채워진 것들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일어엔 젬병이라 그냥 봐서는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이건 간장이겠지? 저건 00일거야. 추측하면서 식품점 일대를 요리조리 쏘다녔다. 동생은 주류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국내마트와 비교했을 때 별로 저렴한 편이 아니라며 의아해했다.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고 동생이 아까 오전에 아뮤플라자 지하에서 시식으로 맛보았던 차를 사고 싶어해서 다시 반대편 아뮤플라자로 향했다. 거기서 차 티백을 사고, 냉침병도 샀다.(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되게 사고싶었나봐)
아직도 시간이 남아서 이곳 아뮤플라자 식품점도 들러보자고 했다. 나는 동생이 사고 싶어하던 과자들을 찾고 싶었다. 난 사고 싶었던 것들을 운 좋게 다 찾아내서 원하는만큼 쇼핑을 했는데 동생은 아쉬움이 남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도 원하는 걸 다 하고 가야 내 마음까지 편할 것 같았으니까. 결국 우리는 마지막이라 여겼던 아뮤플라자 식품점에서 말차과자를 찾았다!! 그리고 여기서 일전에 동생이 일본여행을 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주먹밥도 발견해서 공항에서 먹을 요량으로 사두었다. 이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짐을 넣어둔 코인락커로 돌아가 캐리어를 챙겨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샀다. 이번엔 직행버스여서 바로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그제서야 피곤함이 쏟아져서 나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졸았다.. (제 옆에 앉으신 아저씨 불편하게 해서 죄송했어요ㅠㅠ)

이제 공항에서 여유를 부리면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걸 분명하게 깨달아서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주 잽싸게 짐을 챙겨 수하물을 부치고 티켓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러 주먹밥과 함께 먹을 우유와 빵, 젤리를 하나 샀다. 출국시간까지 한 시간쯤 여유시간이 있었다. 편하게 공항 쇼파에 앉아서 빵을 먹다가 깜짝 놀람...!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 빵을 사먹은 적이 많지 않은데 편의점 빵 치곤 너무 너무 맛있었다.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운 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식감이었다. 사실은 가고 싶은 팬케익 맛집이 있었는데 동생이 별로 내켜하지 않을 것 같아 말도 꺼내지 않았더랬다. 그게 못내 아쉬워서 팬케익과 비슷한 빵을 마지막 편의점에서 골랐던 거였다. 팬케익 두 덩이 사이에 버터와 시럽이 들어있는 빵이었다. 나에겐 그 팬케익 전문점에 가지 않은 아쉬움이 사그라들 정도로 맛있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으니까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였던 '롤케익 보냉백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기'는 안타깝게도 달성하지 못했다. 내가 사가려던 게 로손에서만 파는 로손롤케익이었는데 공항에 로손편의점이 없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 크림류가 기내 반입이 안 된다는 동생의 말 때문에 나도 긴가민가 했지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은 부분도 있었짐ㄴ 아무튼 아쉽긴했다.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고쿠라역 로손을 들를 수도 있었고 말이다. 다이소에서 어렵게 찾아 구입한 보냉백이 쓸모가 없어졌잖아..
대신 아쉬운대로 방금 맛있게 먹은 빵을 두 개 더 샀다.

2층 공항 전망대에 가서 우리가 탈 비행기 사진을 하나 찍어 남기고 출국심사를 한 뒤 면세점으로 들어왔다. 남은 경비를 계산해서 딱 알맞게 로이스 초콜릿과 젤리 하나, 캬라멜 하나, 인절미과자 하나를 사고 뿌드사게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밤 동생과 마지막 날 일정을 의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선 동생과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다. 여행중이기 때문에 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족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불편한 게 있을까. 그건 무엇일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여행메이트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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